
안녕하세요, 소생한의원 원장 유호상입니다.
거북목으로 오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원장님, 저 자세 고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가슴도 펴고 허리도 꼿꼿하게 세우고요. 의자도 허리 받쳐 주는 좋은 걸로 바꿨어요. 그런데 목은 왜 더 뻐근하죠?”
노력을 안 하신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하셨습니다. 문제는 방향입니다. 우리가 흔히 ‘바른 자세’라고 배워 온 자세와 ‘좋은 의자’라고 알려진 의자가, 거북목이 있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머리를 앞으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거북목이 있을 때 어떻게 앉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의자를 골라야 하는지를 진료실에서 설명드리는 순서 그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목이 아니라 골반부터 세워야 합니다.
1. “가슴 펴고 허리 세워!” — 가장 흔한 오해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바르게 앉아”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가슴을 쭉 내밀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웁니다. 거북목이 신경 쓰이는 분일수록 더 열심히 이 자세를 하십니다.
그런데 몸 전체를 옆에서 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 가슴을 내밀면 허리가 과하게 휩니다. 허리가 앞쪽으로 지나치게 휘는 상태를 ‘과전만’이라고 합니다.
- 허리가 젖혀지면 몸통 위쪽은 뒤로 기웁니다. 무게중심이 뒤로 넘어갑니다.
- 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머리를 앞으로 내밉니다. 그 상태로 앞을 보려면 턱이 들리고, 머리와 목이 만나는 목 윗부분(상부경추, C0–C1)이 꺾인 채 긴장합니다.
결국 “목을 바르게 하려고” 한 자세가 머리를 더 앞으로 보내는 셈입니다. 자세를 열심히 고칠수록 목과 어깨가 더 뻐근하다는 분들이 계신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2. 왜 골반부터일까요 — 주춧돌 이야기

우리 몸은 골반 위에 허리, 등, 목, 머리가 차곡차곡 쌓인 구조입니다. 집으로 치면 골반은 주춧돌입니다.
주춧돌이 조금만 기울어도 그 위에 세운 기둥과 지붕은 훨씬 크게 틀어집니다. 몸도 같습니다. 골반이 앞으로 기울고(전방경사) 허리가 과하게 휘면, 맨 꼭대기의 머리는 균형을 잡느라 훨씬 더 앞으로 밀려납니다.
그래서 목만 뒤로 당기거나, 목과 등만 교정해서는 거북목이 잘 좋아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주춧돌이 그대로 기울어 있으면 몸은 다시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균형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앉는 자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을 신경 쓰기 전에 골반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3. 앉을 때 골반은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의자에 앉은 골반은 크게 세 가지 모습 중 하나입니다.
- 뒤로 기운 골반: 소파에 파묻히거나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구부정하게 앉을 때입니다. 허리와 등이 둥글게 무너지고 머리가 앞으로 떨어집니다.
- 앞으로 기운 골반: 가슴을 내밀고 허리를 세우거나, 허리 받침이 허리를 밀어낼 때입니다. 허리가 과하게 휘고,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머리가 앞으로 나옵니다.
- 바로 선 골반: 엉덩이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앉는 뼈(좌골)’ 위에 체중이 고르게 실린 상태입니다. 허리를 일부러 젖히지도, 구부정하게 말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뒤로 기울든 앞으로 기울든, 결과는 같습니다. 머리가 앞으로 나옵니다. 거북목이 있는 분들이 찾아야 하는 자리는 그 사이, 골반이 바로 서는 자리입니다.
4. 거북목이 있을 때 바르게 앉는 법
“그럼 어떻게 앉으라는 거예요?” 하시는 분들께 진료실에서 이렇게 안내해 드립니다. 힘을 주어 자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 골반을 ‘놓는’ 느낌입니다.
① 앉는 뼈를 찾습니다.
의자에 앉아 양손을 엉덩이 아래에 넣어 보세요. 손바닥에 동그랗고 단단한 뼈 두 개가 느껴집니다. 이것이 앉는 뼈(좌골)입니다. 손을 빼고, 이 두 뼈에 체중이 고르게 실리도록 앉습니다.
② 골반을 앞뒤로 살짝 굴려 가운데를 찾습니다.
허리를 젖혀 골반을 앞으로 굴려 보고, 반대로 등을 둥글게 말아 뒤로 굴려 봅니다. 그 두 끝의 중간쯤, 허리에 힘이 가장 덜 드는 자리에서 멈춥니다. 이 자리가 골반이 바로 서는 자리입니다.
③ 가슴은 내밀지 않습니다.
가슴을 앞으로 내밀거나 어깨를 억지로 뒤로 당기지 않습니다. 갈비뼈를 편하게 내려놓는다는 느낌으로 둡니다.
④ 머리는 골반 위에 얹습니다.
골반이 바로 서면 머리는 억지로 당기지 않아도 제자리 가까이 옵니다. 턱을 치켜들지 말고, 귀가 어깨 위에 놓이는 느낌으로 둡니다.
⑤ 발은 바닥에, 무릎은 엉덩이보다 높지 않게.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아야 골반이 안정됩니다. 무릎이 엉덩이보다 높아지면 골반이 뒤로 기울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이 자세가 오히려 어색하고 “구부정한 것 아닌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슴을 내미는 자세를 ‘바른 자세’로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옆모습 사진을 찍어 보시면, 귀와 어깨가 오히려 더 한 줄에 가까워진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자세도 오래 버티면 굳습니다. 30~40분마다 한 번은 일어나 몸을 풀어 주세요.
5. 좋다는 기능성 의자와 편한 소파의 함정

기능성 의자: 이른바 인체공학 의자 상당수는 등받이 아래쪽에 볼록 튀어나온 허리 받침이 있습니다. 허리를 받쳐 주려는 의도지만, 실제로는 허리를 앞으로 밀어 과전만 모양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앉아 있는 내내 골반이 앞으로 기운 채 고정되고, 그 위의 머리는 앞으로 나옵니다. 의자를 바꾼 뒤 허리는 편해진 것 같은데 목과 어깨가 더 뻐근해졌다면, 이 때문일 수 있다고 봅니다.
소파: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래로 깊게 박힙니다. 엉덩이가 무릎보다 낮게 꺼지면 골반을 바로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바르게 앉으려 해도 꺼진 바닥 위에서는 주춧돌을 세울 방법이 없습니다. 허리와 등이 무너지고, TV나 휴대폰을 보려고 머리가 앞으로 빠집니다.
방향은 반대지만 두 의자 모두 골반이 바로 서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6. 거북목이 있다면 의자는 이렇게 고르세요

의자를 고를 때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의자에서 골반이 바로 설 수 있는가.” 가격이나 기능의 수보다 이 기준이 훨씬 중요합니다.
- 좌판은 단단하고 평평하게: 손으로 눌렀을 때 쑥 꺼지는 푹신한 좌판은 골반을 뒤로 기울게 합니다.
- 높이는 엉덩이가 무릎보다 낮지 않게: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으면서, 엉덩이가 무릎과 같거나 조금 높은 높이가 좋습니다.
- 깊이는 무릎 뒤에 주먹 하나: 좌판이 너무 길면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앉게 되어 골반이 뒤로 기웁니다.
- 허리 받침은 밀어내지 않게: 받침이 크게 튀어나와 앉자마자 허리가 젖혀진다면 맞지 않는 의자입니다. 높이와 두께를 조절하거나 뺄 수 있는 의자가 좋습니다.
- 등받이는 몸통이 뒤로 눕지 않게: 등받이가 많이 젖혀질수록 머리는 앞으로 나옵니다. 몸통이 거의 곧게 기대지는 각도가 편합니다.
- 10분 앉아 보고 옆모습 확인: 매장에서 잠깐 앉아 보는 것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10분 정도 앉은 뒤 옆모습 사진을 찍어, 귀가 어깨 위에 있는지 보세요.
7. 지금 쓰는 의자, 버리지 않고 손보는 법
의자를 새로 사지 않아도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 허리 받침이 강한 의자: 받침 높이를 가장 낮게 하거나 두께를 줄이세요. 뺄 수 있다면 빼고 앉아 보세요. 허리가 앞으로 밀리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 좌판이 푹신한 의자: 단단하고 얇은 방석을 깔면 엉덩이가 덜 꺼집니다.
- 소파: 오래 앉아 있어야 한다면 소파보다는 식탁 의자처럼 좌판이 단단한 의자를 쓰세요. 소파를 쓰실 때는 단단한 방석을 깔아 엉덩이 높이를 올려 주세요.
- 발이 바닥에 안 닿는 의자: 발받침이나 상자를 두어 발바닥 전체가 닿게 하세요.
- 모니터와 휴대폰: 골반을 바로 세워도 화면이 낮으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모니터는 화면 위쪽 끝이 눈높이에 오도록 올리고, 휴대폰은 얼굴 앞으로 들어서 보세요.
8. 소생한의원의 거북목 치료 — 아래에서 위로
소생한의원에서는 거북목 환자분도 목부터 보지 않습니다. 앉는 자세와 마찬가지로, 치료도 주춧돌부터 시작합니다.
- 골반의 전방경사를 바로잡아 주춧돌을 반듯하게 세웁니다.
- 허리의 과전만을 풀어 몸통이 뒤로 젖혀지지 않게 합니다.
- 등과 어깨뼈의 움직임을 살려 굽은 등과 말린 어깨가 펴질 여유를 만듭니다.
- 마지막으로 목 윗부분(C0–C1)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 머리가 제자리를 찾도록 돕습니다.
바태추나의 원칙대로 목을 비틀지 않고, 굳은 곳은 부드럽게, 느슨한 곳은 단단하게 잡아 줍니다. 그리고 진찰할 때 그분 체형에 맞는 앉는 자세와 의자 세팅을 직접 보여 드리며 안내해 드립니다. 사람마다 골반과 척추 모양이 달라, 같은 자세와 의자가 모두에게 맞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거북목을 고치려고 목에만 힘을 주고 계셨다면, 오늘부터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세요. 의자에 앉은 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 있는지, 뒤로 꺼져 있는지, 바로 서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자세를 고쳐도, 의자를 바꿔도 목과 어깨가 계속 뻐근하시다면 한번 들러 주세요. 목뿐 아니라 골반과 허리, 등까지 함께 살펴보고, 지금 몸에 맞는 앉는 법을 같이 찾아 드리겠습니다.
거북목의 원인과 일자목과의 차이, 추나 치료 과정은 추나 백과에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 거북목 교정: 일자목과의 차이부터 추나·생활 습관까지
→ 골반교정 — 골반이 틀어졌다는 말의 뜻과 추나로 할 수 있는 것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맞는 자세와 치료는 다를 수 있습니다. 목 통증과 함께 팔 저림, 손 힘 빠짐, 걸음이 휘청거리는 증상이 있다면 먼저 진료를 받으세요.
소생한의원 · 서울 강북구 미아동 · 02-3472-7510
감수: 유호상 한의사 (소생한의원 원장 · 체형교정추나학회 교육이사 · 바태추나 마스터)




